"연돈, 맛없던데요?"
라고 이야기하면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몰매를 맞는 지경까지 와버렸다. 표현의 자유가 있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맛없으면 맛없다고 하는게 그리 큰 잘못이란 말인가? 모 블로거는 연돈의 솔직후기로 본인의 가감없는(잡내가 났다, 육즙이 없었다 등) 평가를 올리고 약 4천개에 달하는 악플에 시달리고 있다. 사람들에게 연돈은 맛있어야 한다. 사장님의 놀라운 장인 정신과 더불어 사장님 내외의 많은 사연들이 그렇게 만들었다. 이대로라면 연돈 사장님이 마트 돈까스를 사서 튀겨줘도 사람들은 맛있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워줘야 한다.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돈까스는 그냥 돈까스일뿐이다. 돼지 등심 혹은 안심을 손질해서 밀가루와 계란물, 빵가루를 묻혀 튀겨낸 음식,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내가 말한 방식이 아니라면 그것은 돈까스가 아닌 새로운 이름으로 불러야할 음식일 것이다. 당연하게도 돈까스의 맛은 그 재료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원육을 어떤 원육을 쓰는지, 계란을 어떤 계란을 쓰는지, 빵가루는 어떤 빵가루를 쓰는지.. 거기에 실력이 들어가는 거다.
미스터 초밥왕의 한 장면을 인용하자면, "초밥은 재료가 70% 실력이 30% 라고 하지." 라는 말이 나온다. 신선한 재료를 사용해야 하는 초밥은 당연히 재료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다른 요리도 비슷하다. 재료가 중요한거다. 그리고 그 재료를 가지고 이끌어낼 수 있는 맛은 당연하게도 한계가 있다. 그리고 또 당연하게도 서울에 있는 프리미엄 카츠를 표방하는 매장들의 돈까스가 연돈보다 맛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면 안즈, 정돈, 크레이지카츠, 요즘 떠오르는 카츠 바이 콘반 등.. 옆나라 일본 도쿄의 나리쿠라는 굳이 꺼낼 필요도 없다고 본다. (물론 이들의 재료로 연돈 사장님이 튀겨내는 돈까스의 맛이 궁금하긴 하다.)
방금 열거한 프리미엄 카츠들의 판매가는 연돈보다 훨씬 비싸다. 그래서 맛있는거다. 더 나은 원육, 더 나은 재료들을 쓰니까. 물론 연돈 사장님의 실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실력은 으뜸일수도 있다. 그러나 미스터 초밥왕의 주인공 쇼타처럼 좋지 않은 재료로 좋은 재료를 넘어서기엔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니까 연돈이 상대적으로 맛이 없을수도 있는거다. 비싸고 맛있는 프리미엄 돈까스를 먹었던 사람에겐 연돈은 그에 비해서 조금 떨어져보이는거지.
그러나...
맛이란건 숫자로, 객관적인 지표로 잡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맛있는데 너는 맛없을수도 있는게 음식이다. 실제로 그런 상황들을 많이 겪어보지 않았나?
여자친구 혹은 남자친구(없다면 미안하다.)와 맛집이라고 해서 찾아갔는데 생각보다 별로다. 근데 상대방은 맛있다며 만족스럽게 식사를 하고 있는 경우. 다들 있지 않은가? 하물며 한 지붕 한 가족들에게도 입맛은 차이가 있다. 나는 맛있는데 엄마는 국이 짜댄다. 엄마가 맛있다는 건 내가 싱겁다.
연돈은 정말 맛있게 먹었는데 안즈는 생각보다 별로일 수 있다. 이건 어쩔수없다. 재료가 달라도 사람의 입맛 또한 다르니까. 그리고 맛은 그때의 분위기, 그 사람의 기분 등 많은 것들이 복합적으로 들어간다. 우리 미스터 초밥왕의 주인공 쇼타는 그런 점을 잘 이용했다. 사람마다 다른 입맛을 고려해 재료의 차를 극복해보였다.
그렇듯, 맛은 누구나 다르게 느낄 수 있다. 물론 객관적인 어떠한 기준은 있지. 하지만 그 기준점을 통과한 맛은 그때부터 취향이 갈리는 거다. 그러니까 맛집 유튜버, 맛집 블로거, 그 누구의 말에 크게 의미부여할 필요없다. 사람들이 손가락질해도 너는 맛있을수도 있는게 음식이니까.
그러니까 누가 연돈이 맛있니 맛없니 할때 괜히 가서 악플이나 달지말고 오늘 저녁에 뭐먹을지부터 생각하자.
그게 훨씬 생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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